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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불을 켜지 않아도 피로 젖은 카펫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뒹굴고 있는 안경과 액정이 깨진 핸드폰. 흥건한 피와 질척거리는 신체의 부산물. 그녀는 구둣발로 카펫을 지익 밟다가 흉부를 쓸어보았다. 이상하게도 상처가 없었다. 그녀가 흰 셔츠의 단추를 풀자 품에서 .22구경 총알이 후드득 쏟아졌다. 총알은 정확히 열 개였다. 멈췄어야 할 심장이 계속해서 뛰고 있었다. 역과 가까운 2층짜리 싸구려 호텔. 새빨간 벽지와 나뭇잎 무늬 카펫. 침대 커버에도 피가 튀어 있었다. 그녀는 창문에 가까이 붙어 커튼 사이로 눈을 내밀었다. 밖과 트여 있는 복도 너머로 주차장이 보였다. 방금 전 객실의 문을 두드렸던 낯선 남자는 자신의 자동차 문을 손쉽게 열고 대시보드를 뒤적..
계승
2019. 7. 2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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