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타나리 요소 포함 ※ 잔잔한 겨울 호수의 수면 아래에서 커다란 몸이 드러났다. 군청색 머리카락이 얼음처럼 차가운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새빨간 동공은 눈 덮인 땅과 새파란 물결을 응시했다가 다시 물 아래로 사라졌다. 동상에 걸릴 것 같은 냉기 속에서 단단한 손끝이 물살을 갈랐다. 트리스는 얼음이 언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했다. 심박이 느려지고 사고가 본능과 가까워질 때를 즐겼다. 호흡기에 차오른 입김이 기포로 나오는 것도. 수면 위로 빠져나왔을 때 폐로 다급히 들어오는 얼음 같은 공기도. 호수 위에서 얼굴을 내밀자 날카로운 바람이 눈가를 스쳤다. 차가운 감각이 상체를 덮쳐왔지만 익숙했다. 차분하게, 하지만 확실히 심박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두꺼운 목선과 단단한 어깨. 그 아래로 자리 잡은 두..

※ 후타나리 요소 포함, 다음 편부터 묘사될 예정 ※ 커다랗고 투박한 손이 나무 도마 위에서 말린 야채를 통통 썰었다. 물기를 바싹 말린 버섯도. 눈 속에 파묻어 두었던 순록 고기는 질긴 힘줄을 잘라낸 후 한입 크기로 잘랐고, 화로에 무쇠 솥을 걸어 산양젖과 함께 팔팔 끓였다. 나무로 쌓아 올리고 흙을 바른 후 못으로 박은 집의 천장에 뽀얀 수증기가 차올랐다. 조리대 따라 늘어선 나무 식기와 절임 야채들. 말린 식재료와 커다란 치즈 덩어리들. 벽 따라 걸려 있는 망치와 줄톱. 플라이어. 커다란 칼 몇 자루. 피가 말라붙은 도끼. 트리스는 눈을 내려깔고 잠시 고민하다가 식재료가 든 서랍과 포대 자루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통후추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겨울 호수와 설산 사이의 조그만 통나무 집, ..